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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사랑으로 단짝을 이루다. 수오당(羞烏堂)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야외전시장에는 단소와 거문고명인 백경 김무규(1908-1994) 선생의 고택 수오당(羞烏堂)과 부속건물 여덟 채 가 있다. 모두 선생의 고향인 전남 구례 절골마을에 있던 생가 건 물을 옮긴 것이다. 수오당은 한낱 미물인 까마귀의 효행을 보고 '까마귀 보기에도 부끄럽다'는 의미의 당호다. 1980년 한창기는 이 고택을 보고 한순간에 매료되었는데 그로부 터 26년 후인 2006년 뿌리깊은나무재단에서 매입해 이곳으로 이건했다. 사랑채 누마루는 영화 에서 백결 선생의 거문고 연주 촬영지로 제공되기도 했다. 이 수오당의 누마루와 맞은편의 뿌리깊은나무 전시관은 두 사람의 전통문화사랑으로 오래전부터 한몸이었던 듯 조화를 이루며 방문자들을 맞고 있다.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중 "우리 문화의 한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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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기록
누군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을 거’라 했다. 이렇게 풀어보면 어떨까. ‘지난날을 기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한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서기 757년(신라 경덕왕 16년)에 ‘대구(大丘)라는 이름을 얻었다. 올해로 1268년이 흘렀다. 전주, 남해 등과 같이 도시의 이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1757년(영조 26년)에 유학자 이양채가 공자(孔子)의 아명이 공구(孔丘)라는 이유로, ’고을 읍‘부를 붙여 대구(大邱)라고 쓰자며, 피휘를 거듭 상소했다, 영조임금은 세 차례나 거부했고, 1779년(정조 3년)에는 둘 다 써도 괜찮다 했고, 1854년(철종 5년)이 되어서야 지금의 대구로 굳어졌..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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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치를 더해가는 두 이름의 도시, 후쿠오카(福岡) #4
문화도시 혹은 도시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란 ‘자연을 소재로 하여 목적의식을 지닌 인간의 활동으로 실현되는 과정’으로, 종교나 예술, 과학, 문학 등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도시를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려는 것‘이 문화도시의 개념이며, 목적은 도시 속에서 삶의 질 향상과 경제의 활성화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도시들이 추진하는 문화도시는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명소를 부각시켜 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브랜드 중심의 기업형 도시전략으로서, 관(官)주도의 지역축제와 문화도시만들기 바람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주도형 도시문화만들기는 막대한 국비를 지원하게 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기 위한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의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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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치를 더해가는 두 이름의 도시, 후쿠오카(福岡) #3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도시의 박물관은 시민의 문화복지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함께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를 주제로 한 세계의 박물관들은 혁신적인 생각과 효과적인 접근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한층 애쓰고 있다. 누군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을 거’라 했다. 이렇게 풀어보면 어떨까. ‘지난날을 기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라고. 도시박물관은 단순히 도시의 유물을 보존하는 곳이 아니다. 도시박물관은 도시가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이야기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블라즈 페르신, 류블라냐 도시박물관장・슬로베니아), 도시박물관은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방식에 대해 해석하고 설명해야 할 필요가..
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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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치를 더해가는 두 이름의 도시, 후쿠오카(福岡) #2
‘국제 도시 후쿠오카(福岡)의 가능성은 일찍이 7세기 후반에 실증되었다.’ 후쿠오카시(市)를 알리는 홍보물에 적혀 있는 문구(文句)로, 이 홍보물의 타이틀은 ‘우리는 21세기를 창조한다’. 아시아 문화상을 제정해 매년 1억원의 상금과 ‘아시아를 탐구하는 30일’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치르면서 무려 90억의 거금을 쏟아붓는 도시. 지방자치 시대를 가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에게 후쿠오카 시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예술적이거나, 전통적인 활동의 지원에 늘 적극적인 이 도시는 국제공항의 이름으로는 후쿠오카(福岡), 기차역의 이름으로는 하카타(博多)를 쓰고 있다. 이래도 저래도 다 통하고, 어느 누구든 전혀 헷갈리지 않는 도시이다.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 미래를 위한 예술..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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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치를 더해가는 두 이름의 도시, 후쿠오카(福岡) #1
-뮤지엄을 통해 본 후쿠오카(福岡)의 잠재적 가치 서양의 오랜 타자였던 동양. 근동. 중동. 극동 등은 모두 서양식 발상의 명명이다. 『아시아의 역사』저자 마츠다 하사오(松田壽男)는 “서유럽을 기준으로 그 척도에 아시아를 맞추어보고 그 척도에 맞지 않는 것을 ‘아시아적’이라고 정의한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영국시인 R. 키플링은 그의 시 『동(東)과 서(西)의 발라드』에서 ‘동양과 서양, 이 쌍둥이들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리’라고 노래했지만, 백남준의 작품 바이 바이 키플링 Bye Bye Kipling>으로 허사(虛辭)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모두들 다시 정의내려질 아시아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아시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고들 생각했다. 현대 일본이 '서구'의 일부인지, 아니면 '아시..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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⓲ ‘큐레이션’curation - 덜어내고 골라 먹는 힘
디지털 시대는 재앙인가, 축복인가.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선택’에 지쳐 있다. 내색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에 소외되어 버리는 것이 나을 것만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늦은 밤, 마지막 버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나’를 지나쳐 내달려 버리는 암담함이랄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 정보격차)가 큰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가치 있는 정보를 찾기란 오히려 어려워졌다고들 말하는 걸 보니, 정보 부족의 시대에서 정보 과잉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란 은유는 엄청난 반어(反語)가 아닐 수 없다. 정보가 많아진다는 말은 그만큼 이용하기 힘들어진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젠 ‘디지..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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⓱ 박물(博物)이여,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1932~2022)가 말하는 ‘제3의 장소’가 ‘박물관’이기를 꾸준히 기대하는 편이다. 아무 일 없었던 이 ‘제3의 장소’에도 디지털 시대를 기다리면서 ‘암중모색’했던 시간들이, 이제 ‘기어코 올 것’이 되어 성큼 와버린 것이다. 꿈에서 깨인 듯, ‘점잖은’ 박물관으로 척화비 같은 배수진을 칠 것인가, 통찰력 넘치는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나갈 것인가. 결코 적잖은 고민에 휩싸인다. 어느 분은 ‘디지털 ‘문명’은 풍요로워 보이지만, 실은 많은 사람들을 디지털 ‘문맹’으로 전락 시킨다’고 겁을 주고, 어느 분은 ‘기술 발전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걷어내려면 변화의 본질을 읽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무겁게 등을..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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⓰ 구메구메…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인 아날로그시대가 분별적인 디지털시대로 변하면서 인간의 생활방식이 변했다. 미분방정식을 풀어야하는 시대가 지나고 그냥 바로 수치계산만 하면 되는 시대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숙련도의 차이로 발생한 디지털 디바이드가 선명해져 이제는 모두가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보기술은 스스로의 관성으로 발전해왔고, 이런 걸 기술 푸시(Technology Push)라고 한다는데, 그 물리적 힘을 얻었던 시대에서 인간의 사고능력까지 변화시키는 단계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과학발전의 관성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가 언젠가부터 불쑥 끼어든 아트 푸시(Art Push)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콘텐츠란 이름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갖은 트렌드가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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⓯ 빅테크와 동행하는 예술
나: 요즘 그 쪽 화제는 뭐지? 남: ‘빅테크의 좌절’이 주된 테마 같은데요? 나: 아, 빅테크의 좌절? 그게 문화예술에 서로 영향을 미치나? 보통 뉴스에선 돈 얘기들 밖에 안하니… 남: 글쎄요. 자기들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며 지난 2년간 문화 쪽 기업들도 다 집어먹더니, 이제 탈이 나서 다 뱉어내는 꼴이란… 나: 예를 들자면? 남: 구글이 ‘구글 아츠앤컬쳐(GAC)’란 프로젝트를 하고 있잖아요. 구글맵스처럼 문화예술의 역사를 DB화시키는 건데, 정작 아티스트는 득을 못보고 기업형 갤러리들과 짝짜꿍하는 거라… 넷플릭스도 처음엔 한국 예능계 인사들 엄청나게 빨아들였다가 이제 주춤하니 뱉어내는 거지요. 나: 아. 그렇게들 보는 건가? 남: 공중파나 케이블TV 엿 먹이고 넷플릭스로 갈아탄 스탭들은 요즘 잠..
2023.09.04